짧은 이야기

days 2009/01/24 01:15
[인천공항 11번 게이트. 5월 23일]

발신자는 알 수 없었다. 잘못 온 메시지겠지. 삭제 버튼위의 손가락에 지긋이 힘을 주려는 순간.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움직이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철-컥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 컵라면에 부을 물을 끓이던 주전자의 뿌우-소리가 멈추고 나서야 나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주전자 밑바닥이 검게 그을렸다. 내 마음도 그을린 적이 있다

주전자를 싱크대로 옮기고 물을 틀었다. 쉬익 소리를 내며 수증기가 올랐다.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허옇게 오른 수증기가 이내 투명한 공기에 섞이듯. 증발되어 투명해진 기억이 있다. 5월 23일. 수증기는 이슬이 되어 내 안경에도 맺혔다. 그녀의 생일이다. 5월 23일

애써 증발시킨 것들이 식어감을 느꼈다





공항까지는 전철을 탔다. 운전을 할 말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흘동안 나는 컵라면에 부을 물을 몇번 더 끓이는 일 말고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5월 23일 이라니-

새벽 비행기일까. 23일 0시에 도착하는 비행기일까. 연착이 되서 24일에 도착한다면. 고민을 끄집어 내는 사이에 나는 결심하고 있었다

그녀를 마중하기로

메시지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낯선 풍경이 창밖을 스친다. 밖은 어둡다. 11시면 공항에 도착해 0시부터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손목에 찬 시계와 창밖을 번갈아 본다

나는 1호선을 좋아했다. 지하철은 어둠 속을 달리지만 국철은 그렇지 않다. 단조로운 풍경이라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침의 1호선을 좋아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피곤함으로 눅눅한 공간이었지만, 내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찰나의 공간이었다

그 찰나. 그녀의 목덜미 언저리에 가만히 드리워지던 아침 햇볕의 고운 입자를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달린다. 객차 안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다





인천공항 11번 게이트에서 기다린다. 50분쯤 기다렸고, 이틀 째 기다리며 그녀의 생일을 맞이한다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0시 15분이면 오늘의 첫 비행기가 도착한다

열리는 문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맺힐 것이다





편의점에서 산 차가운 생수에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
오래전에 썼던 짧은 글. 그때는 나름대로 부단히 글을 썼는데-
물론 내 이야기는 아니다. 지어 쓴 이야기일 뿐. 5월 23일은, 글을 쓰던 날의 날짜였나

뭐, 약간의 추억은
섞였는지도 모르지만-



출국할때는 11번 게이트라는게 있을거다
입국때는 모르겠다-
2009/01/24 01:15 2009/01/2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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