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음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음반점이었다. 그 곳에서 지내보니, 거기에도 작은 세상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비록 음악에 국한된 작은 세상이지만,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중에 하나. 왜 그리 다들 울지 못해 안달 인거야?


학기 초에 받은 리스트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놀랐다. 감명 깊게 본 작품들이 다른 형식의 작품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퍽 반가웠다. 기회가 닿는 대로 챙겨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거, 앞으로는 마냥 반가워해서만은 안 될 것 같다.

원작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사랑은 로맨스가 아니다. 작가는 죽음 앞에 던져진 존재인 모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스스로 수차례 목숨을 끊고자 한 사람이든,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이든,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견뎌가며 살아가고 언젠가는 죽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모니카 고모와 작품 전반에 흐르는 종교적인 분위기는 이 이야기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로맨스를 이야기 한다. 영화에서 그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 등장인물, 모니카 고모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나는 원작에서 모니카 고모를 유정과 윤수 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생각했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커다란 이야기를 모니카 고모가 이끌어가고 있었고, 작품은 그 안에 작은 이야기정도로 이해했다. 유정이 화자인 것은 다만 작품을 소설로 만들어 내기 위함인 것이다. 주인공은 오히려 모니카 고모이다. 모니카 고모는 작가의 투영과도 같다. 실제로 작가는 천주교인으로, 비록 수녀는 아니지만, 소설가로서 수녀와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의 집필도, 그러한 일환에서가 아니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한국에서 제일 예쁜 배우 두 분 모셔두고 만들어가는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로 만들어 놓았으니. 글쎄, 나 빼고 모두 좋아하는 건가. 게다가 마지막엔 너무나 슬프게 이별하니, 이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음반점에서 일 할 때, 사랑이 떠나서, 마음이 아파서, 이제는 울음을 소처럼 울어대기에 이른 SG워너비의 음반이, 발매 된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가던 것과 같은 이치인가.


영화가 원작이 이야기 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모두 무시하고 지나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결국 아름답고도 애달픈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이다. 물론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나도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랑과 이별 이야기에 감동하고 슬퍼하기에는 좀 지겨워할만한 때가 되지는 않았을까. 적어도, 예쁘게 포장되고 상품화 된 이야기에 만큼은.


영화에서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찾고 싶다. 걔네들의 행복한 시간 말고.


2006/10/13 23:59 2006/10/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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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wan 2006/10/24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완전 쓰레기같이 써서 냈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