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수능을 끝냈던 2002년 겨울,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방송을 보며 친구와 나는 퍽이나 벅차오른 기분으로 대화를 나눴다. 드디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개혁의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는 점에 기뻐하면서도 '우리의' 노무현을 내 손으로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열 아홉이었다

나는 정치 그런거 잘 모른다. 신문도 잘 안보고, 책도 얼마 안읽은 무식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이을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함에 있어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다

경제가 어렵다? 먹고 살기 힘들다? 허허.. 언제는 지금보다는 덜 어려웠고, 언제는 지금보다는 먹고살만 했던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전보다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지금보다 잘 살았었다고 회상할 과거는 없다. 다만 불만 없이 살던 과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거는 잘 살아서 불만 없던 과거가 아니라, 눈 가린 채 불만 없던 과거이다.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까닭이 이때문이다. 사람들은 불만 없이, 불안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 눈을 가린 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두 눈 부릅뜨고 불안해하며, 불만을 가득 품고 사는 쪽을 택하겠다. 편안한 채 뒤쳐지며 가라앉다가, 정말로 못살게 되어버리느니..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경선에 일찌감치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 참여를 부탁하는 여대생 따위도 없었고, 투표소로 데려다줄 차도 없어 내발로 걸어갔다 왔다. 내 표가 사표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상관 없다. 내 생에 첫 자발적 정치참여는 내 눈을 가리지 않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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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즈음에 서울시 중구 구민회관에서 투표하고 왔습니다. 투표장이 맞나 싶을정도로 한산해서 조금 난감하더군요. 터치스크린을 통한 디지털 투표는 이번에 처음 해 봤습니다.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권카드를 받습니다. 기표소에 들어가 이 카드를 기표기에 넣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후보자를 선택하면 기록지에 투표내용이 출력됩니다. 이 과정은 확인창으로 확인이 가능하구요. 확인이 끝나면 투표권 카드가 기표기에서 나옵니다. 그럼 그 카드를 기표소 밖의 회수함에 넣으면 끝- 허허 순식간이더군요

터치스크린에 후보자의 사진이 기호와 함께 뜨기 때문에 휴대전화투표방식에서 문제가 되었던 기호와 후보자 혼동의 문제는 해소될듯 싶었습니다. 3번이 이해찬 후보인줄 알고 선택했다가 손학규 후보여서 난감해 했던 분들이 주변에도 있더군요

한가지 찜찜한건, 투표권카드에 대한 점입니다. 투표권 카드를 받기에 앞서 주민증을 스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투표권 카드에 기록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남는다면, 그리고 투표권카드와 기표기간에 최소한 기표 시간에 대한 정보라도 남게 된다면, 누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알아낼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죠 :-)

분명한건 확실히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점 입니다. 집계를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인쇄의 과정을 거치는걸로 봐서는 인쇄된 기표용지를 통해 집계를 하는 듯 합니다. 기표 용지에는 바코드가 찍힙니다. 유권자의 선택을 순전히 네트워크로만 처리, 집계하는데에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으니 이러한 선거와 투표에 있어선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선에는 어떤 시스템이 사용될지 상당히 궁금하군요
2007/10/14 17:06 2007/10/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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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ftdrink 2007/10/14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노력이 무언가를 이루게 만드는 힘이 되잖아요^^
    참 잘하셨습니다. 왠지 손목에 도장이라도 찍어드리고 싶네요.

    • shiver 2007/10/14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력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잠깐의 발걸음일 뿐이었지만, 자발적으로는 처음 정치적 참여를 해 보니 참 뿌듯하더군요 :-)

  2. fulldream 2007/10/14 2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하는 투표는 어찌보면 앞으로의
    투표에 대한 모의실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투표라는게
    계속 종이로만 간다는 보장도 없을테고...
    아무래도 선관위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앞으로
    괜찮은 투표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뭐... 관심 없는 유권자는 여전하다는 모습을 보여준
    경선이었지만 말이죠)

    • shiver 2007/10/14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바일 투표도 그렇고 선거 방식도 점점 진화 해 가는 것 같습니다. 형식적인 측면 뿐 아니라 성격 면에서도 경선 역시 지난 대선부터 당원을 대상으로 하던 폐쇄적 성격에서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국민에 의한 경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죠. 관심 없는 유권자가 여전하지만, 관심 없는 유권자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가능한한 많은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선거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