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쯤이었나. 지금은 망해버리고 없는 iTV에 괜찮은 프로그램이 많았던 시절. 일주일에 한번, 늦은 밤에 팝을 소개 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iTV아나운서와 평론가 송기철씨였나.. 아무튼 음악에 목마른 나에게는 단비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시작해주는 그 절묘한 타이밍이란!)
뭐, 음악이야 뻔하디 뻔한 팝들이 많이 나왔더랬다. 당시 인기 좋던 에미넴이 몇주 연속으로 차트 1위도 했고, 에이브릴라빈도 점차 유명해지던 시기였다. 뻔하디 뻔한, 그러면서도 나름 괜찮은 팝들을 다양하게 소개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와중에도 백미는! 프로그램 말미에 송기철씨가 지극히 주관적인 자세로 소개 해 주는 한곡! (송기철씨가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미안하다)
biffy clyro의 just boy
콜드플레이와 트래비스 풍의 음악에 푹 빠져 지내던 나는 둔탁하도고 날카로운 훅을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평론가가 누구였나 따위를 기억할 틈이 없다 이거다
biffy clyro
뭐라고 해야 할까. 누구는 포스트 너바나라고도 했다. (보컬/기타를 맞고 있는 시몬 닐이 커트코베인과 닮기도 했다) 헤비한 사운드에 헤비하지 않은 멜로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구성, 앨범을 거듭할 수록 깊어지는 실험정신, 와중에 잃지 않는 대중을 위한 떡밥.. 그래, 이 밴드는 중도를 가는 밴드다!
밴드의 1집부터 줄창 듣기 시작해서 이제 4집까지 왔다. 오래 듣다 보면 쉬이 지루해지기 쉬운게 쉽게 쉽게 만든 락음악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쉬운듯 쉬운듯 하면서도 쉬이 지루해지지 않는 음악이 마스터피스, 명곡이다. 비피클라이로는? 감히 명곡, 명반을 가진 밴드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 밴드, 쉬운 밴드가 아니다. 언젠가는 크게 날릴거다
내공은 이제 쌓을대로 쌓았다. 훌륭한 곡들과 뛰어난 실력에 나름 준수한 외모도 갖췄다. 라이브도 잘한다. (정말잘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 오면서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심어놓을 줄 아는 밴드. 얼마든지 대중의 입맛에 맞을만한 곡들을 찍어낼 방법을 알면서도 적당히 뒤엎어가며 쌓은 내공이 이제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확- 날릴 기세로구나!!
적당히 헤비하고, 적당히 댄서블하고,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신나고, 적당히 비피클라이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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